개인화기·중화기

PVS-11K에 거는 군의 이상한 기대

有美조아 2017. 3. 8. 21:39

저번주에 썼던 K2C1에 관한 글을 보면 "PVS-11K에 야간투시경 다는걸로 표적지시기 소요를 때우려고 한다"는 내용이 있었는데, 댓글에 어떤 분이 제가 너무 오버하는것 같은 뉘앙스로 말씀을 하시더군요.


"우리같은 일반인들이 군이 어떤걸 할지 어떻게 다 아나요?"

물론 군의 특수성으로 인해 일반인들은 알 수 없는 사업이 분명히 있죠. 그래서 일반인 수준에서 얻을 수 있는 공식적인 자료를 통해 국군이 PVS-11K로 어떤 기행을 벌이고 있고, 왜 이게 기행이고 그러면 안되는지를 고찰해볼거에요.

먼저 간단히 용어정리부터 하고 넘어가죠.


1) 도트사이트



군대에서 조준선 정렬 해보셨죠? 원형 가늠자의 중심에 가늠쇠의 윗부분을 맞추는 작업이요. 조준선 정렬이 끝나면 표적정렬을 하고, 표적정렬까지 완벽히 끝난 상태를 일반적으로 "정조준"이라고 하죠. 조준선 정렬이 되지 않으면 아예 정조준을 할 수가 없기 때문에 조준선 정렬은 그만큼 중요하다고도 할 수 있어요.


그런데 가늠자 가늠쇠가 한 몸도 아니고 하나는 눈알 바로 앞에, 다른 하나는 총구 끝에 있으니 총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물론이고 숙련된 사수들도 가늠자 가늠쇠를 이용한 조준선 정렬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죠. 입사호에서 편하게 거치하고 엎드려쏴 할때도 어려운걸 계속 움직이는 상태에서는 얼마나 오래 걸릴까요?




그래서 만든게 이 "도트사이트"라는 건데, 광점이 들어오는 렌즈의 영점을 총에 맞게 이리저리 조정하면 렌즈가 가리키는 방향이 바로 조준선정렬을 건너뛴 표적정렬의 영역이 되는거죠. 즉 이 물건만 있으면 조준선정렬에 걸리는 시간을 가늠자, 가늠쇠보다 훨씬 줄이거나 사수에 따라 아예 없앨수도 있어요. 그런 물건이에요.


물론 이 광점이란 것도 크기가 있어서 100미터 200미터 넘어가면 광점이 표적을 가리기도 하고 조준경 자체에도 일정 집탄률이 있어서 같은 조건에서 실거리사격할때 기존 가늠자-가늠쇠가 더 우위에 있는 단점도 있지만 장점이 단점을 무시할 수준으로 크니까 많이들 쓰는거겠죠?


2) 야간투시경





사전에 나오는 말로 정의하면 아주 미세한 빛을 이빠이 증폭시켜서 야간에도 주간처럼 주변을 용이하게 관측할 수 있는 장비에요. 이를 광증폭이라고 하는데, 주변의 빛을 받아 증폭시키니까 당연히 낮엔 못도록 통제하는게 일반적이죠. 장비가 한두푼하는것도 아니니까요?



3) 표적지시기




말 그대로 표적을 가리키는 물건인데, 여의봉이 없는 이상 물리적으로 정확히 가리킬 수 없으니 빛의 파장을 겁나게 모은 레이저를 가지고 표적을 가리켜요. 군에서는 보통 총에 달아가지고 쓰는데, 총에 달린 표적지시기의 영점을 맞추면 그게 가리키는 방향이 곧 총알이 정확히 날라갈 방향이다 라고 생각하시면 되요.





아주 간단히 생각하면 사진처럼 영화에 나오는 그런거에요. 물론 레이저도 빛의 일종이니 파장에 따라 사람이 볼수 있냐 없냐로 분류가 되는데 보통 사람 눈에 보이는건 가시레이저, 야시경이 있어야 보이는 레이저를 비가시레이저라 불러요.


가시레이저는 보통 적과의 교전 거리가 짧은 대테러부대에서 많이 이용하고, 비가시레이저는 야시경이 없으면 적군은 물론 아군도 볼 수 없는 물건이라 빛이 없는 환경에서 작전하는데 이용되죠. 또한 사용자가 야시경을 끼고 있으면 오히려 견착이 안되서 정확한 사격을 하려면 더더욱 필요하고, 미군 기준으로 600미터 이상 조사가 가능하죠. 또한 요즘엔 가시레이저와 비가시레이저를 통합한 표적지시기가 일반적이지만 우리나라는 따로국밥이구요.


1. 뭔데 난리냐

 3~4년 전부터 지금까지 국군에 3만 SET 넘게 보급될 PVS-11K 도트사이트는 우리 상식에서 이해하는 일반적인 "도트사이트"가 아니라 "개인화기 주야조준경"이란 이름을 가지고 있죠. 왜 이런 이름이 붙었을까요? 일부에선 도트사이트란 이름을 결정권자 포함 실무자들이 이해를 못해서 갖다붙였다고 하지만 사실은 아주아주 골때리는 비밀이 숨어있죠.

1) 플래툰 14년 1월호에 언급된 구절

 "낮에는 그냥 쓰면 되고, 밤에는 미군이 도트사이트로 야간조준하듯 단안식 야시 고글(PVS-04K)을 PVS-11K 바로 뒤에 붙여서 야간투시용 어댑터처럼 사용하면 되기 때문이다. PVS-11K의 도트(광점)는 최저광량에서는 육안으로는 안보여도 야시경으로 보고 조준할 수 있다."

 "게다가 표적지시기는 적에게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 총에서 직접 빔이 나가는 방식이라 적도 야시장비를 갖추면 충분히 볼 수 있기 떄문이다. (중략) 반면 도트사이트+총에 거치된 야시 고글 방식은 일반적인 견착 사격으로 매우 정확한 명중을 가능하게 하는데다 적에게 노출될 우려도 없다."

2) 방위사업청 문서




3) 민원 답변





위에서 제시된 자료들을 종합해보면, PVS11K와 야간투시경 조합으로 표적지시기를 대체할 수 있다는 말도 안되는 논리기존에 운용하던 표적지시기를 밀어내고, 앞으로도 따로 언급이 없는 한 표적지시기를 도입하지 않겠다는거죠. 이게 왜 문제일까요?



2. 뭐가 문제냐

야투경 + 도트사이트 조합으로 표적지시기를 대체할 수 있다는 사상 자체가 문제죠. 저 방법을 적용하기 위해 야간투시경을 인당 2세트씩 지급하면 하나는 눈에 달고 다른 하나는 총에 달아서 어떻게든 운용이야 되겠죠.

그런데 1인 1야투경 보급도 제대로 안되는 나라에서 야간에 적을 수월하게 "관측"할 수 있는 "눈"을 떼서 총에다가 갖다붙이겠다니, 야간에 주변 탐지할때 원래 머리만 돌리면 되는 것을 이제는 총으로 직접 조준하면서 탐지를 하라면 과연 누가 반길까요?

또한 아예 야시경 없이 맨눈으로만 야간작전을 한다면 이원시 적응시 주변시로 어떻게든 보이기야 하겠지만 번갈아서 총에 달린 야시경에 눈을 뗐다붙였다 한다면 그게 제대로 될까요?

심지어 야간표적지시기의 레이저빔이 적의 야투경에도 보이니까 문제라는데, 레이저 빔을 항상 켜두는것도 아니고 어차피 교전 시작하면 야투경 가진 측은 피아를 가리지 않고 총구 화염이 나오는 위치까지 관측할 수 있는데 그게 과연 큰 문제가 될까요?

심지어 야간투시경 + 도트사이트 조합이 아무런 문제가 없느냐, 그것도 아니죠. 쉬운 이해를 돕기 위해 PVS-14의 민간버전인 NVM-14 야간투시경과 에임포인트 COMP M2를 가지고 계신 지인분의 도움을 받아 그 결과를 비교해봤어요.


1) 야간투시경의 시야





2) 야간투시경과 도트사이트를 총에 직렬로 배치한 경우의 시야





3) 야간투시경을 쓰고 도트사이트로 조준하는 경우의 시야





어떠세요? 일반적으로 상상하는 모양과 달리 야투경의 시야를 도트사이트가 잡아먹어버렸죠? 그러면 3번의 경우는 어떨까요? 흔히 우리가 게임등에서 보던 운용 방식인데, 이 방식은 오히려 렌즈의 투과성이 떨어진다고 하더군요. 또한 이러한 사진을 연출하기 위해서 도트사이트도 총몸이 아닌 총열덮개에 결합했다고 하더군요.





심지어 PVS-14 야시경 제조 업체 관계자는 웬만해선 야시경 총에다 달지 말라고, 굳이 달고싶으면 배율이 있는 제대로 된 스코프를 사서 Clip on 방식 야투경과 함께 쓰던가 하라고 권장하는군요.





이 동영상에도 PVS-14 야시경과 에임포인트 COMP M3 조합이 나오는데, 슈어파이어 랜턴을 안키면 아예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야시경의 시야를 죽여버립니다. 야시경만 쓰면 보이는 레이저가 문제라면, 랜턴을 켜야 제대로 관측이 되는 야시경 + 도트사이트 조합은 과연 문제가 없을까요?



3. 결론





야시경을 쓴 상태에서 표적지시기를 켠 모습이에요. 야시경의 기능에 전혀 제한을 주지 않고 목표 조준과 주변 감시가 가능하죠. 표적지시기가 야시경을 쓴 적에게 노출이 된다? 끄면 되요. 무슨 자동차 시동거는것도 아니고 버튼 하나만 누르면 되요. "지시"기니까 "지시할 때만" 쓰면 되는거죠.


 도트사이트와 야시경, 표적지시기는 각각의 역할이 있어요. 그 역할을 서로 조합하면 어떨 때는 그 효과가 배가될지 몰라도, 오히려 서로가 서로의 존재 의미를 퇴색시키는 결과도 초래할 수 있죠.

 도트사이트와 야간투시경의 조합이 그렇게 좋다면, 실전이건 평시건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 운용 경험이 많은 미군은 왜 그런 방식을 쓰지 않을까요? 그말인 즉슨 도트사이트와 야시경의 궁합은 표적지시기와의 궁합보다 훨씬 더 최악이라는 뜻 아닐까요?




<"유텍" 사의 표적지시기>





<동인광학의 표적지시기>





<IPEC 사에서 개발중인 표적지시기>


이미 표적지시기를 자체적으로 개발하는 업체도 하나가 아닌 세개씩이나 되는 만큼 과연 어떤게 야전부대와 실무자를 위한 올바른 선택인지 고려해주셨으면 하는 마음에 써봤습니다.


<뜬금없이 이런 글을 자꾸 쓰는 이유>

중딩때부터 지금까지 BEMIL에서 논지가 10년이 좀 넘는데, 그간 회원으로 있으면서 지금처럼 이렇게 글 하나하나를 마치 논설문 쓰는양 써본 적이 없었어요. 저의 관심사는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국군이 물고빠는 포병과 기계화, 헬기같은 크고 우람하고 복잡한 무기체계보다는 여기서 상대적으로 언급도 덜되고 관심도 별로 없는 개인화기 등의 보병장비에 집중되어 있었기에 딱히 할 말이 없었죠.

BEMIL 눈팅을 그간 쭉 해오면서 제가 봤을 때 여기 계신 분들은 여러 군사적인 논점을 마치 지휘관의 입장으로 크고 복잡한 것만 바라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쟁나면 민방위 제외하고 백이면 백 한 자루 소총을 매고 목숨걸고 빨갱이들과 싸워야 하는데, 오히려 국내 최대의 밀리터리 커뮤니티를 자처하는 곳에서 보병장비가 진짜로 형편없고 답이 없었던 2000년대 중반에 비해 너무 관심이 없어진 것 같더라구요.

물론 제가 쓰는 글이 팩트가 틀릴 수도 있고 보는 분에 따라서 입장차가 갈릴 수도 있어요. 저도 성격이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닌지라 아닌것 같으면 끝까지 물어뜯어서 반감을 산 것도 맞구요.

그러나 어차피 인터넷이란게 마음만 먹으면 시공간을 넘어서 상대방과 결론이 나거나 서로 지칠때까지 소통이든 말싸움이든 할 수 있는 매체기 때문에, 제일 핫한 THAAD가 아니더라도 그 비슷하게 이런 무관심을 환기하고 좀 활발하게 토론하고 싶은 마음이었을 뿐 다른 의도는 없어요. (개인적으로 이에 적극적으로 응대해주신 무인시대님께 감사드려요.)

이 과정에서 제 도발로 인해 기분이 좀 나쁘셨던 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면서 디테일은 유지하면서 좀 더 활발한 발제를 위해 글을 많이 다듬어볼게요. 다만 저는 국산이라는 이유로 비판적인 사고를 멈춘다면 그만큼 우리 세금이 눈먼돈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해요.

(물론 별로 대단하지도 않은 자신의 이력과 지인 자랑하면서 권위적으로 상대방을 깔아뭉개려고 했던 그분한테는 별로 미안하지 않습니다만ㅋ)





출처    http://bemil.chosun.com/nbrd/bbs/view.html?b_bbs_id=10040&pn=1&num=88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