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화기·중화기

새로운 분야를 개척한 소총 SVD 반자동 소총

有美조아 2015. 10. 10. 12:11

 

 

PSO-1 조준경이 장착되어 저격용으로 사용가능 한 SVD <출처 (cc) Hokos at Wikimedia.org>

 

 

 

대체로 품질 좋은 고가의 공산품을 모든 사람들이 쉽게 소비하기는 어렵고 오히려 일반 대중들이 선호하는 베스트셀러는 따로 있는 법이다. 그런 점에서 역사상 가장 뛰어난 소총을 하나만 고르라면 십중팔구 AK-47이 손꼽힌다. 1억 정으로 추정되는 어마어마한 생산량만으로도 이유는 충분하지만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군대 같은 무력 조직이 대량으로 보유하고 사용하기에 가격 대비 품질이 가장 좋기 때문이다.


 

제2차 대전 당시 소련군 소부대에서는 각각 특징과 임무가 다른 모신나강, PPSh-41, SVT-40 같은 여러 종류의 총기가 함께 쓰였지만 오늘날에는 이런 임무 대부분을 자동소총이 모두 담당하고 있다. 군대의 제식화기는 군수 지원 등을 고려하여 최대한 단일화하는 것이 두말할 필요 없이 좋다. 그런 점에서도 자동소총은 보병 역사에 획기적인 무기라 할 수 있고 그 중에서도 AK-47은 가히 발군이다.

 

 

 

 

SVD로 무장한 우크라이나 해병대원이 경계 중인 모습

 

 

 

하지만 AK-47로 도저히 대신할 수 없는 부분도 있는데, 원거리 목표를 정확히 타격하는 임무가 대표적이다. 제2차 대전 당시에 저격수를 대량 투입하여 톡톡히 재미를 보았던 소련은 제식 소총이 바뀌었다고 이런 임무를 포기할 수 없었다. 결국 새 시대에 걸 맞는 소부대용 특수 목적 소총이 필요하게 되었고 그러한 요구에 부응하여 탄생한 걸작이 ‘드라구노프(Snayperskaya Vintovka sistem'y Dragunova obraz'tsa)’ 즉 SVD 반자동소총이다.

 

 

 

 

공식적으로 225명의 독일군을 저격한 바실리 자이체프. 그를 포함하여 많은 소련의 저격수들은 모신나강 소총을 사용하였다.

 

 

 

정밀사격에 요구되는 방식

 

지금도 저격 같은 원거리 정밀 사격에 사용되는 소총은 볼트액션 방식이 대부분이다. 조준 및 발사 시에 발생하는 흔들림이 적을수록 정확성이 높으므로 최대한 단순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흔히 구닥다리로 취급 받는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탄생한 소총들이 역사상 많은 전과를 올린 저격총의 명성도 함께 가지고 있다. 독일의 Kar98k나 미국의 M1903 스프링필드 등이 대표적이다.


 

소련의 경우는 19세기 말 제정 러시아 시절에 만들어진 모신나강이 그러하였다. 309명을 저격한 류드밀라 파블리첸코처럼 일부 여성 저격수는 연사가 편리한 SVT-40 같은 반자동소총을 사용하기도 했지만, 조준경을 장착한 모신나강은 소련군은 물론 당시 교전 상대국에서도 저격용으로 널리 애용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어 AK-47로 무장한 소부대에서 구시대의 모신나강은 더 이상 어울리지 않았다.

 

 

 

 

SVD는 저격용도로 충분히 사용할 수 있지만 지정사수에게 적합한 반자동소총이다.

 

 

 

그렇다고 원거리 정밀 타격을 포기한 것도 아니었기에 별도의 화기가 요구되었다. 전시나 특수 작전에서 단독으로 활약하는 저격수는 물론 일반 보병부대에 속해서 전투를 벌이는 지정사수(Designated Marksman, DM)까지 염두에 둔다면 반자동 형태가 타당할 것으로 판단했다. 단일 용도로만 총을 구비하는 시대는 지났으므로 저격뿐만 아니라 소부대 간 전투에서도 유효 적절히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했던 것이다.

 

 

 

 

개발자 예브게니 드라구노프. 특이하게도 스포츠용 소총도 개발하였는데 동계올림픽 바이에슬론 종목 금메달 획득에 사용되었다고 전한다.

 

 

 

반자동이 요구된 소총

 

1958년 개시된 새로운 분대 지원용 정밀 소총 사업에 소련의 유명 총기 엔지니어들이 참여하였다. SKS 반자동소총 제작자인 세르게이 시모노프의 SSV-58, 알렉산드르 콘스탄티노프의 2BW10, 예브게니 드라구노프(Yevgeny Dragunov)의 SVD-137이 경합을 펼쳤는데 의외로 결과가 싱겁게 판가름이 났다. 당국의 요구 조건을 무난히 달성한 SVD-137이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채택된 것이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당국이 원거리 공격에 사용하기 위한 소총에 특이하게도 반자동을 요구하다 보니 경쟁 후보들은 많은 문제점을 나타냈던 것으로 알려진다. 손쉽게 경쟁에서 승리한 SVD-137은 SVD로 명명되었지만 흔히 소련 식 전통대로 개발자의 이름을 따서 ‘드라구노프’라고 부른다. 1964년부터 양산에 돌입한 SVD는 최초로 제식화된 반자동 정밀 화기라는 기록을 남겼다.

 

 

 

 

SVD에 장착 된 PSO-1 조준경을 통해 본 전경 <출처 (cc) Chabster at Wikimedia.org>

 

 

 

우연이었는지 아니면 일부러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SVD는 AK-47과 외형이 아주 흡사하다. 하지만 명중률을 높이기 위해 롱스트로크 가스피스톤 방식인 AK-47과 달리 쇼트스트로크 가스피스톤 방식을 채용했다. 쇼트스트로크 방식 덕분에 반동이 적어 조준이 흔들리지 않는 장점이 있어 AK-47의 단점인 정확도 부족을 상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전문 저격용으로 쓰기에 SVD는 상대적으로 정밀도가 떨어진다.

 

 

 

 

민수용으로 미국에 수입된 다양한 종류의 SVD <출처 (cc) Cas4j~commonswiki at Wikimedia.org>

 

 

 

다목적 소총 
 

SVD는 처음부터 저격과 더불어 AK-47의 사거리 밖에 있는 적을 견제하는 것이 주목적이었다. 즉 저격용으로도 사용할 수는 있지만 ‘원샷 원킬’로 대변되는 정밀함보다는 AK-47 사거리 밖에 있는 적을 견제하고 저지하는 것이 우선 목적이고 더불어 반자동이니 근접전에서도 여타 보병과 함께 작전을 펼치기 수월한 다목적 지원화기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지정사수에 최적화 된 소총이라 할 수 있다.

 

 

 

 

훈련 중인 카자흐스탄 SVD 사수

 

 

 

사실 이 때문에 현재 러시아군의 특수부대나 전문 저격수들은 별도로 SV-98같은 최신 저격총을 사용한다. 이처럼 총은 단순한 것 같지만 의외로 모든 목적에 골고루 좋은 성능을 발휘하기가 생각보다 힘든 무기다. 즉 순수하게 저격용으로 사용할 수도 있을 만큼 뛰어난 정밀함도 갖추고 근접전에도 무난히 사용할 수 있는 연사 능력을 함께 보유한다는 것이 그만큼 힘들고 어렵다는 뜻이다.


 

SVD는 크기에 비해서 조준경을 달고도 무게가 4.3킬로그램에 불과하여 소총처럼 휴대하기 편리하다. 따라서 일선에서는 특수한 임무에 사용되는 소총이라기보다 분대 지원화기로 인식하는 편이다. 개발 당시부터 분대당 1정 공급을 목표로 했기 때문에 생산성도 좋고 가격도 저렴하다. 이 또한 AK-47처럼 소련의 무기 철학을 그대로 반영하여 구조도 단순한 편에 속하며 신뢰성도 좋다.

 

 

 

 

 

 

앞으로 기대되는 모습 

 

사용하는 탄환이 달라 별도의 보급 체계가 필요하지만 SVD는 AK-47과 보완재 성격이 강하여 궁합이 상당히 잘 맞는 소총이다. 냉전 시기에는 소련이 우방국에 AK-47와 더불어 대량으로 공여했고 인도와 중국에서는 라이선스 생산하기도 했다. 소련에서 만든 베스트셀러 총기류가 항상 그렇듯이 SVD 또한 전 세계 곳곳에 많은 물량이 풀려 수많은 전쟁이나 교전에 모습을 드러냈다.


 

SVD의 명성은 이라크 전쟁에 와서 극에 달했다. 중화기로 타격하기에는 가깝지만 소화기로 교전을 벌이기는 먼 거리에 매복한 이라크군이 쏘아대는 SVD에 다국적군이 많은 피해를 입었던 것이다. 저격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성능도 준수한데다 수량도 많아서 상당한 곤혹을 치렀다. SVD는 광활한 러시아를 염두에 두고 태어난 소총답게 매복하거나 엄폐할 장소가 그리 많지 않은 사막에서도 뛰어난 성능을 발휘했다.

 

 

 

 

 

 

현재 미군이 지정사수용으로 사용하는 M14 반자동소총은 SVD처럼 처음부터 특정 목적을 위해 탄생한 소총이 아니다. 그 만큼 SVD의 설계 사상은 시대를 앞섰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아직도 계속 생산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오히려 시간이 흐르면서 개량을 거듭하여 왔기에 다양한 개량형과 변형으로 유명하다. 끊임없는 변신과 생명력이 SVD가 뛰어난 소총이라는 결정적인 증거라 할 수 있다.


 

 

제원

 

탄약 7.62×54mm R / 급탄 10발 탄창 / 작동방식 가스작동식, 회전노리쇠 / 전장 1,225mm / 무게 4.3kg / 유효사거리 800m


 

 

글  남도현 | 군사 저술가[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 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




제공  유용원의 군사세계     http://bemil.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