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무기·장비

2015년 러시아 전승기념일 퍼레이드

有美조아 2015. 5. 17. 09:17

 

2015년 대독승전 70주년 퍼레이드가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서 있었다.

 

 

70년 전 그러니까 1945년 5월 9일 소련은 나치 독일을 상대로 한 ‘대조국 전쟁(Великая Отечественная война; Great Patriotic War)’에서 승리를 선언했다. 원래 독일군이 연합국에 항복한 날은 5월 7일이었다. 독일군 작전참모장 알프레드 요들은 프랑스 랭스의 연합군사령부에서 5월 8일 11시를 기하여 군사행동을 종료한다는 항복문서에 서명했다. 그러나 스탈린은 소련군이 참가하지 않은 서명은 인정할 수 없다 하여 베를린에서 5월8일 밤 10시 43분에 다시 서명을 받았다. 이 시각이 모스크바 시각으로 5월 9일 0시 43분이었다. 그래서 서구에서는 5월 8일 V-E 데이로 경축하는 반면, 소련의 승계국가인 러시아는 5월 9일을 ‘승리의 날’로 경축하고 있다.

 

 

 

퍼레이드의 변천사

 

 

 

 

2015년 대독승전 70주년 퍼레이드에 참여한 병사들

 

 

인류의 역사에서 승자의 개선행진은 통치자에게 가장 중요한 정치적 의식이 되어 왔다. 특히 로마시대의 개선식(triumphus)은 그 화려함으로 유명했는데, 5천명 이상의 적군을 쓰러트린 지휘관에게만 베풀어지는 최고의 영예였다. 개선장군은 적국에서 노획한 전리품들을 시민에게 과시하고 그 이익을 나누기도 했고, 적군 수장을 포로로 잡아와 시민들에게 보여준 후 처형했다. 전쟁을 승리와 성과를 보여주는 정치적 의식이었던 것이다.


 

당시 소련의 지도자인 이오시프 스탈린(Ио́сиф Ста́лин)도 전쟁을 종료하면서 그런 극적인 효과를 원했다. 스탈린은 전쟁영웅 G.K. 주코프 장군을 사열관으로, M.K. 로코소프스키 장군을 제병지휘관으로 지명했다. 원래는 스탈린이 직접 사열할 계획도 검토했으나, 고령인데다가 승마가 미숙한 스탈린이 혹시라도 낙상하는 날에는 전세계의 비웃음을 살까 두려워 주코프가 사열관이 되었다는 얘기도 있다. 그리하여 6월 24일 기병출신인 주코프 장군이 직접 하얀 종마를 타고 제병부대를 사열하는 가운데, 병사들은 전쟁당시 독일군과 나치로부터 빼앗은 군기들을 레닌의 묘소 앞에 헌납했다. 소련이란 강대국의 등장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승전기념 퍼레이드는 이후에는 잊히다가 20주년을 맞은 1965년부터는 5월 9일부터 부활했다. 마침 흐루쇼프를 실각시킨 브레즈네프는 강한 소련의 이미지를 부각할 기회로 기존의 노동절이나 10월 혁명기념일에 ‘승리의 날’을 더했다. 이후 대독 승전기념 퍼레이드는 1984년까지 계속되며 소련의 군사적 위용을 과시하는 국제적 행사 중의 하나로 활용되어 왔다. 미국이나 영국 등 서방기관의 정보기관들에게 이런 퍼레이드는 소련의 군사력을 분석하는 중요한 행사이기도 했었다.


 

소련이 경제적 침체기를 맞이하고 결국 해체되면서 승전행사는 잠시 잊혀졌다. 그러나 1995년부터 다시 퍼레이드가 시작되었지만, 그 의미를 되살린 것은 푸틴이었다. 2000년 5월 7일 대통령으로 정식 취임한 푸틴은 최초의 국제행사로서 5월 9일 승전기념 퍼레이드를 성대하게 치렀다. 2000년 퍼레이드를 통해 푸틴은 냉전 직후의 무력한 모습이 아니라 강한 러시아의 이미지를 전 세계에 알림으로써 승전기념일 행사를 자신의 정치력과 러시아의 국력을 알리는 중요한 계기로 삼았던 것이다.
 


 

퍼레이드의 주인공은 아르마타

 

 

 

 

T-14 아르마타 주력전차

 

 

올해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서 펼쳐진 행사도 사실 러시아의 달라진 모습을 반영하고 있다. 우선 이전까지 공개되지 않았던 신무기들이 대거 공개되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T-14 아르마타(Armata) 전차이다. T-14는 냉전 붕괴 이후 러시아가 20여년 만에 새롭게 개발한 최초의 전차로, 기존의 러시아 전차들과는 전혀 다른 개념의 전차이다. 무엇보다도 눈에 띄는 것은 바로 포탑의 무인화이다. 피폭시 포탑부터 처참히 부숴지던 기존 전차들과는 달리 자동장전장치를 채용하여 아예 포탑에 승무원이 탑승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승무원을 장갑캡슐로 보호하여 탄약이 피폭시의 생존성을 높였다. 포탑의 자동화로 승무원도 3명으로 줄어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량은 48톤으로 가벼운 편으로 최고 시속은 80km이상으로 M1 에이브람스보다도 빠르다. T-14는 AESA 레이더를 장착하여 5km 이상 떨어진 위협을 탐지할 수 있고, 분당 12발을 발사하는 2A82-1M 125mm 주포로 최대 8km까지 교전할 수 있다. 또한 360도 카메라와 열상 센서, 아프가닛(Afghanit) 반응장갑을 채용하여 생존성을 높인 것으로 알려지며, 특수 코팅을 적용하여 열과 레이더로 탐지해도 차량이 잘 보이지 않도록 한 스텔스 전차이다. 차체가 여유 있게 설계되어 15톤 정도 장비나 장갑을 더 실을 수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러시아는 새로운 전차가 완전한 로봇전차로 진화할 수 있다며 만족하고 있으며, 추후 15년간 T-14를 2,300여대 도입할 예정이다. 이렇게 위풍당당한 T-14지만 행사 리허설 도중에 1대가 고장으로 멈춰서면서 체면을 구기기도 했다.

 

 

 

 

T-15 아르마타 보병전투차

 

 

 

 

칼리챠-SV 자주포

 

 

사실 T-14에서 주목할 점은 차체이다. 아르마타 차체는 애초에 전차 뿐만 아니라 자주포나 장갑차 자체로 공용으로 사용되도록 설계되었다. 이에 따라 아르마타를 차체로 쓴 신형 자주포인 칼리챠(Koalitsiya)-SV도 공개되었다. 한때는 쌍열포로 알려져 있었지만, 칼리챠-SV는 2A88 152mm 곡사포 1문을 채용하고 있다. 2S35 곡사포는 최대 70km까지 사격이 가능하며 레이저 유도포탄을 채용하여 정밀 타격도 가능하다. 아직까지는 명확한 공표는 없으나 칼리챠-SV도 무인포탑을 채용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또한 T-14와 같은 아르마타 차체를 사용하는 보병전투차 T-15가 참가하기도 했다.

 

 

 

 

쿠르가네츠-25 보병전투차

 

 

그러나 T-15는 기갑정찰 등의 제한된 임무에 투입되는 중 보병전투차량으로, 러시아군의 차세대 보병전투차량인 쿠르가네츠(Kurganets)-25도 퍼레이드에 등장했다. 쿠르가네츠-25는 2A42 30mm 기관포와 코르네트(Kornet)-EM 대전차 미사일을 탑재하여 공격력을 높였다. 3명의 승무원 이외에도 7명의 병사를 수송할 수 있는데, 몸을 구겨 넣어야만 하는 구형 BMP 시리즈와는 달리 충분한 내부공간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속살을 드러낸 차세대 전력

 

 

 

 

부메란 차륜장갑차

 

 

신형 차륜형 장갑차인 부메란(Bumerang)도 공개되었다. 부메란은 기존의 BTR과는 달리 완전히 새롭게 설계되었다. BTR은 엔진이 뒤에 장착되도록 설계되어 제약사항이 많았지만 부메란은 500마력짜리 엔진을 차체 앞에 장착하여 후방램프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8륜을 채용하여 기동성을 높였으며 최고속도는 95km에 이른다. 부메란은 미국의 스트라이커 장갑차처럼 신속전개병력으로 활용되어 러시아 기계화부대의 기동성 향상에 커다란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타이푼-U MRAP

 

 

 

 

타이푼-K MRAP

 

 

지뢰방호차량(MRAP)도 선보였다. 러시아의 최신예 MRAP 차량인 타이푼(Typhoon)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러시아 군은 IED나 지뢰 공격 등에서 병력을 보호하기 위하여 2010년부터 타이푼 사업을 시작했다. 이에 따라 현재 러시아 트럭의 양대 산맥인 카마즈(Kamaz)사의 타이푼-K와 우랄(Ural)사의 타이푼-U가 개발되었으며, 이미 남부 군관구의 부대들부터 실전배치가 시작되었다. 타이푼은 TNT 8kg의 폭발에도 버틸 수 있도록 설계되었으며, 3명의 승무원 이외에도 16명의 병사를 수송할 수 있다.

 

 

 

 

티그르 전술차량 (코르네트-D 장착)

 

 

 

코르네트-D 대전차미사일도 눈에 띈다. 러시아판 험비인 GAZ 티그르(Tigr) 차량에 장착되는 이 시스템은 2발씩 발사되어 반응장갑을 장착한 적 전차의 경우에는 한 발로 반응장갑을 격파하고 다음 발로 전차 자체를 격파하도록 되어 있다. 만약 반응장갑이 아니라면 각기 다른 목표물에 대해 동시교전도 가능하다. 또한 발사-후-망각 기능을 갖춰 사격 후 곧바로 위치를 이동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스칸다르M 미사일 발사차량


 

이외에도 이스칸다르M 단거리 탄도미사일이 등장했다. 사정거리가 400km가 넘는 이스칸다르M은 낙하속도가 마하10으로 단거리 탄도탄 중에 가장 빠른 속도를 자랑하며 회피기동이 가능하여 미국의 MD 체계로도 방어가 어려운 미사일이다.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수분 내에 목표를 타격할 수 있으며, 거의 순항미사일과 동급의 정밀도를 자랑한다. 크림 반도를 놓고 러시아와 NATO가 대립하게 되자, 푸틴은 NATO와의 협력중단을 선언하고 이스칸다르M을 유럽을 향하여 배치하기 시작했다. 아이러닉하게도 우리 군이 보유한 현무2 탄도미사일은 바로 이스칸다르 미사일에 바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RS-24 ICBM 발사차량

 

 

그러나 역시 퍼레이드의 백미는 바로 신형 대륙간 탄도미사일이 장식했다. 작년까지도 공개하지 않던 RS-24 야르(Yars) ICBM을 드디어 공개한 것이다. RS-24는 기존의 토폴-M 미사일을 대체하는 러시아 전략군의 차세대 주력 ICBM이다. 최대 11,000km를 비행할 수 있으며, 100kt 이상 급의 자탄을 4개 이상 보유하여 미국의 미사일 방어망을 돌파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RS-24는 이바노보(Ivanovo)주 테이코보(Teykovo)의 기지에서 모스크바까지 400km를 이동하여 이번 퍼레이드에 참가했다고 한다.
 


 

70주년 퍼레이드의 의미

 

 

 

 

기갑부대의 행렬은 ‘러시아를 구한 전차’ T-34의 입장으로 시작되었다.

 

 

무엇보다도 이번 승전기념 퍼레이드는 2차대전 승리의 7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이다. 당시 러시아를 구한 무기인 T-34 전차와 Su-100 구축전차가 다시 등장했다는 것도 커다란 의미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러시아는 이런 대규모 군사퍼레이드에 늘 메시지를 담아오고 있다. 푸틴은 작년의 승전기념 행사로 모스크바가 아니라 크림반도의 세바스토폴 항에서 이동하여 흑해함대를 사열했다. 러시아의 숙원인 크림반도 병합을 이뤄냈다는 승전을 축하하기 위함이었다. 또한 아무리 서방이 강하게 경제재제로 압박을 해도 크림반도만큼은 지켜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했다.


 

이번 행사에서는 러시아는 작정한 듯 아르마타를 포함한 차기전력을 모두 쏟아놓고 자랑하고 있다. 행사규모를 늘려 제병부대도 5천명을 증원하고 무려 1만6천여 명에 차량 200여 대와 군용기 150여 대를 동원했다. 전승기념행사에 앞서 최근까지 러시아군은 유럽으로 초계비행을 강화하고 북극통합전력사령부를 창설하는 등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여왔다. 러시아의 강한 군사력을 과시하면서 더 이상 미국 말은 그만 듣고 대러 제재를 풀라는 메시지가 포함되어 있기도 하다.

 

 

 

 

푸틴과 시진핑은 중-러 동맹을 과시하면서 나란히 앉아 퍼레이드를 관람했다.

 

 

게다가 더욱 특이한 것은 중국군의 참가이다. 러시아는 연합군을 상징하는 1천여 명의 외국군을 불러들였는데, 그 중에는 중국 의장대 112명이 포함되어 있다. 중국이 승전기념 퍼레이드에 참가하는 것이 이번이 처음이다. 경제협력 뿐만 아니라 군사협력까지 강화하려는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즉 러-중 동맹으로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서방과의 대치국면을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읽을 수 있다. 그것을 증명이라고 하듯 퍼레이드 내내 푸틴과 시진핑은 나란히 앉아 얘기를 나눴다. 이렇듯 세계는 급격히 돌아가고 있다.


70주년 전승기념일 퍼레이드 영상

 

 

 

 

 

 

 

출처    http://bemil.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5/13/201505130314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