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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행운을 타고난 사나이... (1991년 걸프전 당시 구조된 미해군 조종사 이야기)

有美조아 2015. 1. 19. 19:37

 

1991년 사막의 폭풍 작전 개시 4일째,  항모"사라(사라토가의 애칭)"에서 활동중이던 VF-103의  "데븐 존스" 대위(PILOT)와 "래리 슬레이드"대위(RIO)"는 1991년 1월 21일 새벽 호위임무를 띄고 이라크 사막으로 날아갔다. 목표는 이라크 사막에 위치한 "알 아사드" 공군기지....

 

 

이 공군기지 공습에는 해군의 A-6들이 활주로 파괴용 지연신관장착 탄을 투하할 예정이었고,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VAQ-132 전자전 비행대 소속 EA-6B "프라울러" 전자전 기들이 HARM 미사일(레이더 공격용) 장착하고 참가할 것이었다. 존스-슬레이드 콤비는 이들을 호위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VF-103의 F-14A+ 톰캣 승무원들이었다.

 

 

"알 아사드" 비행장은 상당히 규모가 큰 편에 속하는 중요 기지였다. 동트기 전인 새벽 6시 10분에 A-6들의 폭격이 시작됐고 EA-6들은 해당 지역을 삼각축의 비행경로를 그리며 대공미사일 공격에 대비하고 있었다. 이라크 사막의 새벽은 비록 약간의 돌풍으로 기체가 흔들리기는 했지만 괜찮은 편이었다. 존스 대위의 F-14는 구름 위로 상승했다(2만 5천~ 3만 피트 상공). 한편 "프라울러" 전자전기는  HARM 미사일 1발을 사격해 목표물 하나를 잡았다. 이후 이라크 군의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기에 이들은 이동할 준비를 했다.

 

 

이때, 구름을 뚫고 이라크군의 SA-2 1발이 곧장 존스의 기체를 향해 날아왔다. 당시 조종사들의 두려움의 대상은 SA-6나 소형 견착식 대공 미사일, 혹은 프랑스제 롤랜드 등이었다. 베트남전때부터 사용한 구식 SA-2큰 걱정거리는 아니었다.

 

 

존스는 이미 브리핑 받은 요령대로  엔진 출력을 증가시켜  SA-2 향해 날아갔다. SA-2의 추적 레이더에 혼란을 일으켜 미사일이 자신들을 쫓아가지 못하게 하려는 생각이었다. 존스의 F-14는 날아 올라오는 SA-2를 향해 가속을 붙여 하강했다. 그리고 대위가 이제 됐다고 생각하여 방향을 전환하려던 순간,  SA-2는  대위의 톰캣 후미를 추척해 날아오더니 근접신관을 이용해 폭발했다. 

 

 

그리고 이 폭발력으로 분출된 에너지와 미사일의 파편이  F-14에 정통으로 날아들었다. 순간 대위의 톰캣은 휘청거렸으며 탑승한 대위의 산소 마스크가 벗겨져 버렸다. 문제는 이 뿐이 아니었다. 대위의 눈 은 급격한 G 로 인해서 흐릿해 졌고 기체는 우측으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이제 기체는 스핀에 빠졌고 탈출 외에는 대안이 없었다. 존스와 슬레이드는 고도 1만4천피트에서 기체를 포기하고 뛰어내렸다.

 

 

이 들은 나란히 낙하산에 의지해 체공 중이었으나 거리가 멀어서 서로 의사소통은 불가능했다. 각각 비상용 무전기가 있기는 했지만 서로 다른 기종이었다(조종사 존스 대위의 것이 더 구형이었는데, 그렇다해도 기본적으로 통신은 가능한 것이다. 다만 슬레이드 대위의 것은 방위 정보 제공이 가능한 신형이었다. 구조작전 당시 방향감각을 잃고 고생한 존스 대위는 자신의 구형 무전기에 대해 아쉬움이 많았던듯 하다).

 

 

이 들은 이후 각기 다른 지점에 착륙하는데 성공했으나, 슬레이드 대위는 곧바로 생포되고 만다.

 

 

한편, 착륙에 성공한 존스 대위는 대부분의 서바이벌 장비를 탈출 도중에 잃었기에 비상용 나이프와 무전기 등 극히 일부 외에는 없는 상태였다. 그는  이라크 군도 들을 수 있는 주파수 임을 감안해  자신의 위치나 이동 경로를 거꾸로 말했는데, 이것이 후일 구조팀이 헤매게 되는 원인이 되었다. 물론 자기 자신도 방향에 대해 오락가락했다(약간 길치.. ^^;).

 

 

존스 대위는  착륙 직후 낙하산을 모아 은폐하려 했지만 사막에 떨어진 터라 적당한 장소가 없었고, 결국 떨어질때 앉았던  조종석 의자 밑에 접어서 숨겼다(의자는 쉽게 드러나지 않는 위장도색이었다).

 

 

그리고 존스 대위는 구조작전이 가능하도록 사우디 국경을 향해 서쪽으로 걸었다. 이 와중에  존스 대위는 동-서 방위 파악에 실패해 사실상 거꾸로 이라크 쪽인 동쪽으로 이동 중이었다.

 

 

야간에는 걷고 주간에는 은신하도록 도피 계획을 세운 그는 마침내 사막 언저리의  초목지대에 도착했고, 즉시 흙을 얼굴 등에 발라 위장을 시도했다. 하지만...  그가 다다른 초목지대는  비교적 인적이 많은 곳이었다. 존스 대위는 숨어 있는 동안에도 여러 명의 이라크 인들이 지나가는 모습과 이라크 군 차량의 이동을 지켜볼 수 있었다. 이라크군도 존스 대위를 찾고 있었다.

 

 

존스 대위는 이제 더 이상의 이동은 피하고 와디(사막의 물이 흘러 형성된 마른 골짜기) 한 쪽 면에 은신해  손과 비상용 나이프로 구덩이를 파기 시작했다. 자신의 몸을 숨기기 위해서였다.

 

 

새벽에 추락한 존스 대위는 이윽고 이라크 사막지대에서 "한 낮"을 맞이하게 되었다. 시간이 오전 10시가 넘어 정오를 향해 가자 존스 대위는 비상용 무전기로 연락을 하기 시작했다. 대낮의 구조작전은 위험하기는 했지만... 이대로 있다가 언제 발각될지 모르는 상황에 계속 놓이는 것 보다는 낫다는 판단이 든 것이다.

 

 

줄기차게 연락한 끝에  존스 대위는 비상용 무전기를 통해서 낯익은 단어를 듣게 되었다.

 

 

"슬레이트(SLATE) 46 !  한 번 따라 읽어 봐라!"

 

 

이 단어는  존스 대위의 호출부호였다. 상대방은 구조요청을 하는 사람이 존스 대위가 맞는지를 확인하려는 의도였다. 이제야 존스 대위는 자신을 위한 구조작전이 진행 중임을 알게 되었다.

 

 

사실, 구조작전은 이미 시작되었지만 존스 대위가 최초에 보고한 이라크군을 기망하려던 허위 송신으로 인해 구조팀은 혼란을 겪고 있었다. 결국,  존스 대위는 격추된 톰캣으로부터 그다지 멀리 벗어나지는 못한 상태였고, 구조팀은 존스 대위에게 추락한 기체로부터 얼마나 벗어나 있는지를 알 수 있는지 물었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존스 대위의 위치를 확인한 구조팀은 대대적인 구출작전을 시작했다.

 

 

F-15가 상공 엄호를 담당하는 가운데 A-10이 지상 구조작전을 지원하고 MH-53 페이브로우 헬기들이 현장에 착륙해  존스 대위를 구조했다. 구조작전은  큰 충돌 없이 무사히 마무리 되었다.

 

 

앞서 생포된 슬레이드 대위는 몇 주를 이라크 수용소에서 보낸 뒤  무사히 석방되었다.

 

 

F-14A+는 걸프전 동안 미해군에서 격추된 유일한 F-14로 기록됐다. 

 

 

데븐 존스 대위의 경우는 상당히 행운아였다고 볼 수 있겠다. 새벽 작전에서 격추되어 비교적 인적 이동이 활발한 사막 언저리에서 단 몇 시간 만에 구조됐으니 말이다. 게다가 자신은 방향감각을 잃은 상태였고, 이라크 군을 기만하겠다는 의도로 최초 구조요청시 엉터리 정보를 보고한 것까지 감안한다면....

 

 

그러고도 일찍 구조된 것은 천운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에 비하면  초기에 붙잡힌 그의 동료 슬레이드 대위나 매우 현명한 행동을 하고도 6일 가까이 걸려 구조된 유고슬라비아 작전의 "오그래디" 대위는 좀 불운했다고 봐야할지도 모르겠다.

 

 

 

실제 구조 당시의 모습...

 

 

 

 

 

 

출처    http://blog.naver.com/sundin13/1401136758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