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무기·장비

미 해군 항공대의 무서운 주먹 공격기(Attacker)

有美조아 2015. 10. 10. 12:42

 

 

미 해군이 운용한 마지막 공격기인 A-6 인트루더. 엄청난 폭장량과 장거리 침투능력이 뛰어나서 퇴역을 아쉬워했을 만큼 오랫동안 활약한 최고의 공격기였다.

 

 

 

오늘날 폭격기로 구분되는 군용기를 운용 중인 나라라고 해봐야 미국, 러시아, 중국 정도다. 물론 이들 국가가 보유한 전략폭격기들이 제한적인 전술 작전에도 사용될 수는 있지만 그것이 원래 목적은 아니고 핵폭탄 운반이 주 임무다. 따라서 현재 대부분 나라에서 전통적인 대지상 폭격 임무는 전술기들이 담당하고 있다. 또한 근래 등장한 최신기들은 공대공전투는 물론 대공, 대지, 대함을 비롯한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개발된다.


 

이렇듯 전술기의 통합화 추세와 발맞춰 그 운명을 고하는 부류의 군용기가 있는데, 바로 공격기(Attacker)다. 일부 공격기를 미 공군(전신 육군 항공대 포함)이나 여타 국가들도 운용하지만 특별히 공격기라고 부르는 대부분의 작전기는 미 해군(해병대 포함)이 운용한 전술폭격기를 의미한다. 그래서 이런 분류 방법도 미국 정도의 항공 전력을 가지고 있는 나라나 가능한 호사스러운 구분법이라 하여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한국 공군의 주력기인 F-15K의 베이스이기도 한 F-15E는 공대공 전투는 물론 대지 공격 작전에도 뛰어난 능력이 있다.

처럼 미 공군은 전술 타격용으로 공격기 대신 다목적 임무 투입이 가능한 전술기를 사용하고 이는 최근 전 세계적인 트렌드이기도 하다.

 

 

 

제2차 대전 이전에도 A부호를 쓰던 전술기들이 있었지만 당시에는 육군항공대가 주로 사용하였고 오히려 해군은 SDB나 TBF처럼 전혀 별개의 명칭을 썼다. 이렇게 각 군별로 중구난방으로 갈린 제식 번호는 1962년 공군기, 해군기를 막론하고 하나로 체계로 통합하기로 결정하면서 새롭게 정리되었다. 그러면서 이전부터 구분이 모호했던 A(ttacker)는 공격기, B(omber)는 폭격기의 제식 부호로 이용하도록 하였다.


 

이때부터 공군은 이전처럼 B라는 제식 번호를 계속 사용하였고 해군 항공대는 A를 본격적으로 이용하게 되었다. 공군도 A-10처럼 공격기를 운용하지만 F-16, F-15E, F-117처럼 타격 능력이 있는 전투기를 전술폭격용으로 이용하여서 굳이 A 제식부호를 애용하지는 않는 편이다. 그런데 폭격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해 보이는 어감과 달리 제2차 대전 후 등장한 해군의 공격기들은 사실 다른 이름의 폭격기였다.

 

 

 

 

A-1 스카이레이더는 공격기 임에도 최대 폭장량이 B-17과 맞먹는 수준이었다. 이런 뛰어난 능력 덕분에 제트 시대 도래 후에도 주력기로 활약할 수 있었다.

 

 

 

그 시대의 자화상

 

제2차 대전 종전 직후 개발 된 A-1 스카이레이더(Skyraider)는 소형 프로펠러 함재기 임에도 3.6톤의 폭장량을 가졌고 최대 2,000km의 항속 거리를 자랑하였는데, 이는 단거리 폭격 임무에 투입될 경우의 B-17과 같은 수준이었다. 한마디로 공격기를 뛰어넘어 예전 중폭격기들이 담당하였던 임무까지도 너끈히 수행 할 수 있는 수준의 걸작이었다. 하지만 이는 단지 시작에 불과하였다.


 

제트시대가 개막되고 이른바 슈퍼캐리어(Super Carrier)라고 통칭하는 거대 항공모함이 등장하면서 보다 강력한 공격기들이 연이어 선을 보였다. 함재기의 운용 여건이 대폭 향상 된 만큼 예전보다 기체를 제작하는데 가해졌던 수많은 제약들도 줄어들었고 반대로 성능은 향상되었다. 비단 이는 공격기뿐만 아니라 모든 함재기에게 공통적으로 해당되는 사항이었다.

 

 

 

 

F-4 팬텀은 해군의 항공모함 탑재용 제공전투기로 탄생하였지만 대단한 공격 능력도 보유하였다.

만일 요즘이라면 도입 및 유지비용 절감을 위해 F-4로 함재기를 단일화하려는 시도를 벌였을지도 모른다.

 

 

 

불멸의 F-4 팬텀(Phantom II)은 바로 이런 시대상을 반영한 대표적인 함재기다. 그런데 어쩌면 F-4는 앞으로 소개할 공격기들의 위상에도 많은 질문을 남기고 또한 몰락을 이끈 전투기이기도 하다. 공대공 전투 능력뿐만 아니라 폭장량이 최대 8톤에 이르렀을 만큼 대지 공격 능력도 대단하였기 때문이었다. 상식적으로 전투기가 굳이 이 정도 능력이 있으면 함재기를 이리저리 여러 종류로 나누어 운용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1960년대 이전은 첨예하게 대립하던 냉전 시대의 긴장감, 사상 최대의 호황을 구가하던 미국 경제의 위상 그리고 군수 업체의 로비가 맞물리면서 좋은 무기라면 이유 불문하고 만들어 보유할 수 있었던 시기였다. 만일 지금과 같은 상황이었다면 정책 담당자들이 F-4로 함재기를 통일하려는 시도를 하였을 것이고 그렇다면 아래에 언급할 공격기들은 등장하지 못하였을 가능성도 크다.

 

 

 

 

A-4 스카이호크는 작은 기체임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성능을 자랑하던 공격기로 미국 외에도 여러 나라의 주력기로 활약하였다.

브라질 해군의 항공모함 상파울루에서 AF-1이라는 이름으로 현재도 현역 활동 중인 모습. <출처 Navy of Brazil>

 

 

 

공격기의 명작들 

 

어쨌든 이런 시대상을 배경으로 다양한 공격기들이 탄생할 수 있었다. 지금도 군용기의 걸작들로 인정받는 A-4 스카이호크(Sky Hawk), A-7 코르세어 II(Corsair II), A-6 인트루더(Intruder)가 차례대로 개발되어 배치되었다. A-1의 대체를 목적으로 제작되어 1956년부터 미 해군은 물론 많은 동맹국에 공급된 A-4는 무려 3,000여기가 제작된 베스트셀러로 월남전, 중동전, 포클랜드전에서 많은 활약을 하였다.


 

미 해군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1964년부터 A-4의 탑재 능력과 작전 반경을 능가하는 새로운 항공모함 탑재용 공격기를 도입하였다. 요즘이라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빨랐던 개발 속도였다. 이렇게 도입된 신예 공격기가 바로 A-7인데, 월남전을 통해 전술 타격에 상당히 효과적인 공격기임이 입증되면서 공군도 이를 채택하여 사용하였을 만큼 많은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이것도 군부의 욕심을 만족시켜주지 못하였다.

 

 

 

 

A-7 코르세어 II는 무장탑재량이 많고 첨단 전자 장비를 갖추고 있어 다양한 임무에 투입이 가능하여 미 해군은 물론 공군에서도 애용하였다.

 

 

 

이미 1950년대 말부터 개발 중이었던 A-6은 한마디로 해군 공격기의 최종판이라 할 만한 걸작이다. 1962년부터 제식화 된 후 여타 공격기들이 모두 퇴역 하고 나서도 한참 후인 지난 1997년까지 계속적인 개량을 거치면서 오로지 미 해군만을 위해서 임무를 수행하였다. 어설픈 외형과 달리 B-29와 맞먹는 8톤의 폭장량과 5,000km의 항속거리를 자랑하며 종횡무진 활약하였다.


 

1950년대는 핵 만능주의가 만연하였던 시기이기도 하였다. 이러한 시기를 선도한 집단은 유일한 핵 투발 수단인 전략폭격기를 보유한 공군이었다. 이는 군부의 헤게모니 경쟁 상대였던 해군에게 위기로 다가왔다. 적을 한방에 보낼 수 있는 핵과 장거리 폭격기의 대두로 말미암아 항공모함 무용론까지 공개적으로 거론 될 정도였다. 결국 해군도 핵 투발 능력이 있음을 보여주어야 했다.

 

 

 

 

A-2 새비지는 1949년에 도입 된 공격기로 그 커다란 크기에 힘입어 핵폭탄 운반 플랫폼으로 이용되었다.

하지만 프로펠러 동력으로 말미암아 속도가 느리고 후속기의 등장으로 조기 퇴역되었다.

 

 

 

핵 만능주의 시대의 사생아들 

 

1950년대는 핵 만능주의가 만연하였던 시기이기도 하였다. 이러한 시기를 선도한 집단은 유일한 핵 투발 수단인 전략폭격기를 보유한 공군이었다. 이는 군부의 헤게모니 경쟁 상대였던 해군에게 위기로 다가왔다. 적을 한방에 보낼 수 있는 핵과 장거리 폭격기의 대두로 말미암아 항공모함 무용론까지 공개적으로 거론 될 정도였다. 결국 해군도 핵 투발 능력이 있음을 보여주어야 했다.


 

방법은 공군의 폭격기 정도는 아니어도 핵폭탄을 운반 할 수 있는 대형공격기를 항공모함에 탑재하여 운용하면 될 것으로 판단하였고 이는 당시까지 장거리 폭격기 외에 별다른 핵 투발 수단이 없던 정책 당국도 수단의 다양화가 굳이 나쁘지는 않다고 판단하여 실행에 옮겨졌다. 이렇게 해서 등장한 핵폭탄 탑재용 공격기들이 A-2 새비지(Savage), A-3 스카이워리어(Skywarrior), A-5 비질란트(Vigilante)다.

 

 

 

 

(좌)A-5 비질란트는 마하 2의 속도로 비행이 가능한 공격기로 바다 위에 떠다니는 작은 전략폭격기라 할 만 했다.
(우)A-3 스카이워리어는 핵폭탄을 장착하고 장거리 침투가 가능한 공격기였지만 1960년대 중반부터 사진처럼 EA-6B 전자전기나 공중급유기로 개조되어 1991년까지 운용되었다.

 

 

 

이로써 해군은 공군과 맞먹는 핵전력을 운용 할 수 있게 되었다. 더구나 항공모함은 이동이 자유로워서 공군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전략적 유용성이 높은 장점도 있었다. 그런데 이들 대형 공격기들은 최초에는 핵 투발을 목적으로 야심만만하게 배치되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퇴역하거나 정찰, 공중급유, 전자전기 등의 임무를 위해 개조되어 사용되었다.


 

이들의 역할이 축소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공교롭게도 공군이 운용 중인 전략폭격기의 역할이 줄어들게 된 이유와 같았다. 바로 미사일의 등장 때문이었다. ICBM같은 대륙간탄도탄은 물론이지만 정밀한 타격 능력을 보유한 각종 미사일의 등장은 위험한 적진 깊숙한 곳까지 날아가 작전을 펼쳐야 하는 폭격기나 공격기에 의한 핵 폭탄 운용 방법의 필요성을 급속도로 반감시켰다.


 

더불어 해군도 항공모함의 함재기를 이용하여 핵폭탄을 던지는 것보다는 전략핵잠수함(SSBN)을 운용하는 것이 보다 은밀하고 효과적인 방법임을 알게 되었다. 결국 공격기의 한계를 벗어나 전략 무기로의 웅비를 꿈꾸던 이들은 말년에 가서는 본연의 임무를 떠나 다른 곳에서 간신히 여명을 이어갔다. 한마디로 핵만능주의 시대의 사생아가 되었던 것이다.

 

 

 

 

이함 중인 F/A-18E 슈퍼호넷. 예전 F-14 전투기와 A-6 공격기 임무를 모두 담당하고 있는 다목적 전술기로 현재 미 해군의 주력이다.

앞으로 예전처럼 단일 목적의 공격기의 등장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사라질 운명 

 

지난 1997년 A-6이 퇴역을 하고 현재 그 임무를 다목적기인 F/A-18이 대신하고 있고 앞으로는 현재 한창 개발 중인 F-35가 같은 임무에 투입될 예정이다. 하지만 이들은 제식부호에서 알 수 있듯이 공격기가 아니라 다목적 임무에 투입이 가능한 전투기다. F-4의 등장 당시에 일부에서 제기되었던 함재기의 통합화가 이루어진 것이다. 기술의 발달이 이런 변화를 이끌었지만 사실 엄밀히 말해 경제적인 문제가 더 큰 이유다.


 

갈수록 군용기 제작에 엄청난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각 분야에 특화 된 별도의 전용기를 만들고 보유하는 것이 사치가 되어 버린 것이다. 그 동안 이들을 가장 많이 사용하였던 미 해군에서도 공격기는 시나브로 사라진 이름이 되었다.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지만 이제 공격기라는 분류의 단일 목적 전술기는 다시는 등장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게 무기의 일생도 변화는 것 같다.


 

 

글  남도현 | 군사 저술가[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 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




제공  유용원의 군사세계  http://bemil.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