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60에 대한 일선의 불만이 이어지자 M240이라는 제식명을 부여받은 FN MAG이 대량 보급되기 시작했다.
FN MAG을 설명하기에 앞서 M60에 대한 이야기부터 해보자.
M60은 미국이 상당히 심혈을 기울여 만든 다목적기관총이었다. 미군은, M14 전투소총과 M60 기관총으로 무장한 소부대는 가히 천하무적일 것이라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것이 미국만의 착각이었음이 밝혀지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제2차대전 후 발발한 수많은 전쟁과 충돌에 미국이 빠짐없이 개입하다보니 미국제 무기의 실전 투입이 쉽게 이루어졌고 덕분에 성능에 대한 평가도 빨리 나온 것이다.
베트남 전쟁을 치르는 동안, 자신만만하게 도입했던 M60에 대한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그중 가장 큰 단점은 다른 다목적기관총에 비해 빨리 과열되는 총열이었다. 과열을 막기 위해서 분당 200발 사격 시에는 2분마다 총열을 바꾸어야 했는데, 교환 시간마저 길어 교전 중에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 때문에 1980년대까지 개량에 개량을 거듭했지만 난제를 완전히 해결하지 못했다.
FN MAG은 BAR 자동소총, MG42 기관총, M2 중기관총의 장점을 고루 채택하였다.
그나마 미군의 장점이라면 일선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는 점이다. 개선 요구가 빗발치자 미군은 M60을 대체할 새로운 기관총을 도입하기로 했는데 바로 이때 벨기에의 FN(Fabrique Nationale de Herstal)이 개발한 FN MAG58(이하 FN MAG)이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이미 미군은 이를 기반으로 1977년에 새로운 다목적기관총을 제작하여 일부 분야에서 사용하던 중이었다. 바로 현재 미군의 표준 다목적기관총인 M240이다.
(좌측)삼각거치대에 장착된 FN MAG / (우측)FN MAG은 소부대 근접 지원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영국형인 L7A2)
이미 높았던 명성
자료에는 M240이 FN MAG을 기반으로 제작된 것이라 하지만 사실 미국 내에서 라이선스 생산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 둘이 전혀 다른 이름으로 불리게 된 이유는 무기에 있어 유별나다고 할 수 있는 미국의 자존심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외국에서 무기를 도입할 경우라면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반드시 미국 내에서 생산된 것을 사용해야 하며 별도의 미군 제식번호를 부여하여 관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세계 최강의 군사강국이고 총기의 역사를 선도해온 미국이 자존심을 꺾고 도입했을 만큼 FN MAG은 상당히 뛰어난 기관총이다. 서방의 대표적 기관총인 M60, MG3과 거의 동시대에 탄생한 FN MAG은 이미 수많은 나라에서 사용하면서 높은 명성을 얻고 있던 중이었다. 다만 미국은 그다지 스펙 차이가 나지 않는 자신들의 동종 무기가 존재하고 있었기에 FN MAG에 대해 관심을 보이지 않았을 뿐이다.
(좌측)74식이라는 이름으로 도입 사용 중인 대만군의 FN MAG / (우측)C6이라는 제식명으로 사용 중인 캐나다군
오랜 전통을 가진 총기 제작사인 FN은 제2차대전 이전에 미국의 M1918 BAR를 라이선스 생산하여 벨기에군에 공급했고, 독일 점령 기간에는 MG42를 하청 생산했기 때문에 기관총에 대한 다양한 기술력을 확보한 상태였다. 이를 바탕으로 종전 후인 1958년 FN MAG을 선보였는데 BAR로부터는 노리쇠 구조를, MG42로부터는 급탄 방식을, M2 중기관총으로부터는 총신 교환 방식을 각각 따왔다.
더구나 전후 총기 생산 방식의 대세가 된 철판 프레스 가공 방식을 적용하여 공정도 적었고 생산 단가도 상대적으로 저렴했다. 이렇게 탄생한 FN MAG은 벨기에군의 주력 기관총으로 채택된 것을 필두로 하여 주변 나토회원국에 급속히 보급되었다. 특히 영국과 영연방국에서의 신속한 채택은 FN MAG의 명성을 급속히 확대시켜 주었고 중남미와 아시아의 여러 국가가 앞다퉈 구매했다.
(좌측)슈퍼쿠거 강습용 헬기에 방어용으로 장착된 FN MAG / (우측)M1 전차에 장착된 동축 기관총용 M240
미국의 마지못한 도입
FN MAG의 명성은 널리 알려져 있었고 특히 총열이 붉게 달아올라도 사격이 가능할 만큼 내구성도 좋다고 소문이 자자했다. 결정적으로 석면 장갑 같은 별도의 장비 없이 교환 핸들로 간단하게 총신의 교체가 가능하고 시간도 빠르다는 점만 보더라도 M60보다 뛰어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적성국 장비도 아니고 당장 더 좋은 미국산 대체재가 있는 것도 아니었으므로 미국이 도입을 마다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었다.
굳이 흠을 잡으려 한다면 M60보다 약간 무거운 무게였다. 그래서 처음에 FN MAG은 헬리콥터나 차량의 거치대에 장착하여 사용하는 중기관총 정도로 인식되었고, 대부분 그렇게 사용했다. 사실 1977년 미군 당국이 FN MAG을 도입했을 당시에 우선 대체 대상은 M60이 아니라 기존에 전차에서 부무장으로 사용하던 M73/M219 기관총이었다. 따라서 FN MAG을 바탕으로 탄생한 M240도 처음에는 보병에 지급되지 않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미군 당국은 M60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어서 전면 대체까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기존 물량과 부품을 고려한다면 성능을 업그레이드하며 유지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훨씬 유리했기 때문이었다. 흔히 미군은 값비싼 최신식 무기로 무장한 사치스런 군대로 인식되곤 하지만 사실 전혀 그렇지 않다. 엄청난 수를 차지하며 장기간 사용하는 기관총 같은 무기의 대체는 그만큼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좌측)FN MAG은 다양한 임무에 사용할 수 있는 다목적기관총이다. / (우측)미 해병대의 M240G.
따라서 M60은 1980년대 중반까지 개량이 이루어졌고 실제로 막판에 해병대용 다목적기관총 자리를 놓고 M60E와 M240G가 치열한 경합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처음 언급한 바와 같이 일선에서 전투를 직접 벌이는 병사들의 M60에 대한 불평이 커지고 미군 당국도 문제점을 확실하게 개선하는 데 실패하자, 차량이나 헬리콥터 거치용으로 사용하던 M240을 보병용으로 개량하는 시도에 나섰다.
이미 M60과 M240을 비교해본 결과 M240이 신뢰성과 내구성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여실히 확인된 상태여서 제식화에 그다지 문제는 없었다. 최초 도입 당시 M240은 이동장비에 장착한 거치식 무기였지만 그렇다고 M2 중기관총처럼 보병들이 들고 다니며 사용하지 못할 만큼 엄청나게 무거운 수준도 아니었다. 따라서 일부만 개량하면 보병용으로 즉시 활용이 가능했다.
그 결과 1980년대 중반부터 보병들이 일부 일선에서 사용하기 시작했고 1990년대에 들어 보병용 모델인 M240B가 미 육군용으로, M240G가 미 해병대용으로 제작되어 본격 공급되었다. 이와 동시에 기존에 분대지원 화기로 사용했던 M60은 일선부대에서 점차 도태되면서 제식화기 명단에서 내려오게 되었다. 이후 1988년 소말리아 내전과 1991년 걸프전에서 본격 사용되면서 예상대로 좋은 평가를 얻었다.
(좌측)정찰용 험비에 탑재된 M240 / (우측)손쉽게 총열을 교환하는 모습
1990년대 들어 벌어진 냉전 종식은 미국의 무기 체계에도 엄청난 영향을 주었다. 필연적으로 개시된 군비 감축으로 말미암아 무턱대고 미국산 무기를 먼저 도입 대상으로 고려하기 힘든 시절이 되어버린 것이다. 따라서 미군도 예전과 달리 성능이 좋고 가격이 저렴하다면 외국산 무기를 제식화하는 데 주저함이 없는 분위기가 되었다. 거기에 가장 부합하는 사례가 바로 FN MAG 즉, M240 기관총이다.
그리고 M240이 보여준 신뢰성은 이후 같은 FN에서 만든 M249가 미군의 공식 분대지원화기(SAW)로 채택되도록 만든 결정적 요인이 되기도 했다. FN은 19세기 말에 설립된 유구한 역사를 가진 무기회사지만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은 것은 제2차대전 이후부터다. 그중에서도 총에 관한 미국의 자존심까지 일거에 무너뜨린 FN MAG은 그야말로 FN의 명성을 한 단계 높인 걸작이라 할 수 있다.
조준경을 부착하여 저격용으로 사용 중인 M240. 정확도가 뛰어남을 알 수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 미국은 맥심 기관총이나 루이스 기관총처럼 뛰어난 기관총을 만들었으면서도 정작 자신들은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 전례가 있다. 하지만 자신이 만든 것도 있지만 생각보다 성능이 미흡하여 결국 M240처럼 남이 만든 것을 사용하는 반대되는 예도 있다. 그런 점을 보면 미군은, 기관총을 제식화하는 데 상당히 우여곡절도 많고 사연도 많은 군대라는 생각도 든다.
제원
탄약 7.62×51mm NATO / 급탄 탄띠 급탄식 / 작동방식 가스작동식, 오픈볼트 / 전장 1,231mm / 중량 12.5kg / 발사속도 분당 850발 / 유효사거리 1,000m
글 남도현 | 군사 저술가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 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
자료제공 유용원의 군사세계 http://bemil.chosun.com
출처 http://bemil.chosun.com/site/data/html_dir/2014/12/31/201412310190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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